[묵상] 하나도 없다

(1) 하나님을 찾는 사람이 ‘하나도 없구나’ (2-3절) 이 시대는 늘 ‘하나님이 없다’도 말하고 사람들과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오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믿느냐고. 과학적 방법론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것은 믿을만한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러나 동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두려움을 먹고 산다. 감당되지 않는 두려움에 억눌려 살기도 하고, 그 두려움을 다른 것으로…

[묵상] 돌아와 감사한 이방인

(1) 은혜에 대한 전인격적 반응인 믿음에는 격한 감사가 있다. 큰 소리로 하나님을 부르며 돌아오는 장면(17:15) 사마리안인 나병환자의 주체할 수 없는 감격이 드러난다. 그는 그에게 일어난 회복이 어떤 의미인지 진심으로 깨닫고 있다. 나는 나에게 온 구원의 의미를 명확히 알고 있나? 익숙하고 건조한 감사, 의지적인 습관성의 감사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게 된다. 감사 또한 이렇게 배워서 하는…

자립, 그리고 어색한 감정들

근래 무척 쳐진다. 코로나19 상황만은 아닌 것 같다. 수개월만에 집회가 사라진 광화문은 되려 독일의 소도시 같은 여유마저 느껴지니깐. 지난 일요일은 외할머니의 1주기였다. (그러고 보니 지난 포스팅이 정확히 1년전이다…)외할아버지도 3월에 돌아가셔서 벗꽃이 피고 지는 계절이면 엄마는 자꾸 슬퍼질 거 같다고 했었다. 그런 엄마를 생각하니 나도 어쩐지 울적해지는 걸까. 아버지를 만나고, 엄마의 편지를 받고, 또 내 편지를…

오늘, 엄마의 엄마가 떠났다.

01. 첫번째 죽음.내가 기억하는 첫번째 죽음은 작은 외삼촌이다. 우리 엄마의 동생, 외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아들. 그 전에도 죽음은 있었다. 그러나 내가 정말로 ‘아는’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실종된 일 – 그러니깐 피부로 와닿는 존재의 종말을 경험한 것은 그의 죽음이 처음이었다. 그의 죽음이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엄마와 외조부모의 비통함 때문만은 아니었다.첫번째로는, 그의 죽음이 너무나 어처구니 없게 허무했기 때문이다….

엄마에 대한 첫기억

이것은 엄마에 대한 최초의 기억이자 어쩌면 생의 첫기억일지도 모른다. 우리 가족은 여름의 계곡에 있었다. 나는 이제 좀 걷고 있는 정도의 아이로, 물가로 풀과 나무가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놀고 있었다. 어쩌다 그랬는지 검지가 베여 피가 났다. (아마도 내가 울어서?) 엄마가 왔다. 내 손가락을 입 안으로 가져가 한번 빨아 주고, 엄마는 작은 나무 잎을 떼어 내 손가락을…

종이배 스토리보드

예배 시간에 들려주신 이야기 #001. 물 속으로 뛰어드는 종이배 소녀 #002. 종이배만 수면에 뜬채 힘없이 늘어져 있다 눈을 뜬다. 물속을 보여 고요한 자유함을 느낀다. #003. 하나님의 품을 느낀다. 하나님을 꼭 안고 있다. #004. 수면 위의 종이배는 물길을 따라 가기 시작한다. 점점 유속이 강해져 빠르게 나아갈수록 강해지고 커지는 배. 배가 확장하며 종이배 소녀와 하나님은 그 배…

말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다.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아팠다. 표현하지 않는다고 슬프지 않은 것이 아니다.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때 슬펐다. 아프고 슬펐지만 말도 표현도 하지 않는 것은 그래서는 안되는 이유가 그래야만 할 이유보다 컸기 때문이다. 나의 언어와 손짓이 너의 아픔과 슬픔이 될 것 같았다고 지금에 와서야 무색하게 몇 마디 끄적여 본다.

일과 영성 Every Good Endeavor | 팀 켈러

  은연중 삶의 대부분 영역에서 성경의 말씀을 현대 사회와 개인적 삶의 맥락에 끼워 맞춰 해석을 빙자한 합리화와 포장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 라고 쓴 것이 진심 🐕쪽팔릴 정도로… 연봉, 지위, 성과… 세상의 평가 기준들 앞에서 매일 나는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저자의 조언처럼 꾸준히 회복하고 돌아가는 연습을 통해 진리 안에 단단하게 거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내가 만든 신 Counterfeit Gods | 팀 켈러

나의 내면과 외면, 어느 것 하나  우상이 아닌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이 가짜 신이었다. 그러나 가짜 신들로 가득한 내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주께 영속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복음(기쁜 소식)이었다.   내게 남은 일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결핍의 상태로, 연약한 상태 그대로 그에게 나아갈 수 있냐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각자의 선택이다. 그 선택을 강압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봄 앓이

10년, 20년, 25년… 이상된 친구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도 참 늙었네! 라는 지극히 자연스런 반응(다소 씁쓸할지언정)과 더불어 ‘참 많이 강해졌다… 성숙해졌다…!’ 라고 감탄하게 된다. 그렇게 세월이 갈수록, 어른으로 되어 갈수록 어린 아이였던 자신과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지만, 내 시선은 아주 깊숙한 곳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는 그들의 풋풋함을 여전히, 그리고 어김없이 발견한다. 그 이유를 아직 제 몸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