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길 그리스도의 길, The Selfless Way of Christ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는 우리에게 필요한 핵심적인 내용을 너무나도 간결하고 명확하게 정리한 저서이다.  개인적으로 그 간결 명확한 메세지 자체가 가장 인상적인데, 이 책이 하나님의 이끌어 주심으로 쓰여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도록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저자 헨리 나우웬의 글과는 반대로, 책을 덮은 후 내 속은 더 복잡하고 묵직해지는 것 같다.

이 책의 세 챕터 – 소명, 시험, 영적 성숙 – 에 대한 이해와 그것을 실천하는 삶은 저자의 말 그대로, 평생 동안 날마다 그 긴장 관계 속에서 투쟁하고 따라야 할 길이다. 성령을 통한 신적인 하향성의 삶의 자세로 하나님의 사랑 속에 깊이 임재하는 중에 그 자체로 충족되어 자연스럽게 그리스도의 길 안에서 살아가게 된다는데, 지금의 나는 심각한 시험과 소명의 긴장상태에 빠져있는 것인지 영 버겁게 느껴지기만 한다.

그래서인지 2장의 시험에 대한 내용이 특별히 와 닿았다. 시험의 세가지 종류 – 상황 부합의/이목 집중의/권력 확보의 시험 – 모두 가장 전형적이며 누구나 겪게 되는 시험이겠지만, 특히 첫번째 ‘상황 부합의 시험’이 내 성향상 가장 일상적으로, 또 그만큼 가장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형태이다. 이 유형의 핵심적 메세지인 ‘생산성’과 연결될 수 있는 여러가지 요소들… 효율성, 실용성, 완벽성 등은 내가 매일 싸우고 부딪치고 있으며, 심지어 나 자신에 대한 평가 잣대가 되는 요소들이다. 나는 저 사람(혹은 집단)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얼마나 충분히 가치 있고 쓸모 있는 ‘유용한 도구’인가…

내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늘 버림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한다. 어릴적부터 늘 부모님에게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 특히, 어머니가 언젠가 우리를 떠날 것 같다는 염려가 늘 있었다. 그래서 내가 더 잘해야겠다. 내가 착하고 뭐든 잘하는 부모님의 자랑거리가 되어서 가족을 존속시켜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부모님 두분 다 얼마나 자식과 가족에 대해 깊은 사랑이 있는 분이라는 걸 알기에, 어린 시절의 그 두려움이 얼마나 큰 망상에 지나쳤는지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오랫동안 박혀 있는 두려움의 뿌리와 그로인해 패턴화된 애정결핍이 성인이 된 지금도 결정적인 순간에 늘 발목을 잡는다.

결국 이러한 의문은 두번째 유형,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인 이목 집중의 시험과도 연결되었다.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용납하심에 대한 내 의심이 나 자신을 지속적으로 갉아먹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이해도 그러했듯이… 그리스도의 길이 좁고 어렵다는 것은 머리로 이해한다고 해서 따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래서 더 괴롭기까지 하기 때문일까. 예수님의 명료한 대답에 어찌할 바 모르며 돌아서야 했던 성경의 부자 청년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의 사역에 대한 글에 여전히 먹먹해지고 벅차 오르는 것은… 그 자체로 나에게도 그 삶을 따르고 싶은 믿음의 씨앗이 있는 희망의 신호로 읽힌다. 지금은 아주 약할지라도… 아니, 오히려 그 미약한 믿음과 무력함 앞에 내가 있는 그대로 무릎 꿇을 때 그 좁은 길로의 진정한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두려움과 떨림으로 조심스레 다가설 수 밖에 없는 이 미천하고 못난 마음을 하나님이 이해해 주시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우리 사역의 신비는 우리가 권력이 아니라 (…) 바로 이 무력함을 통해서 동료 인간들과 결속을 맺고, 약한 자들과 교제하며, 그래서 하나님의 치유하시고 인도하시며 부양하시는 긍휼을 드러낼 수 있다. (…) 강한 곳이 아니라 약한 곳에서, 잘 지내는 곳이 아니라 고통을 의식하는 곳에서, 통제하는 영역이 아니라 불안에 떠는 곳에서, 확신 있고 단호한 곳이 아니라 회의를 느끼고 어려운 질문을 제기하는 곳에서, (…)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로서 우리는 벌거벗고 상처 받기 쉽고 약한 모습으로 세상에 보내심을 받는다. 그리하여 고통과 고뇌 가운데 있는 동료 인간에게 손을 뻗을 수 있고, 하나님의 사랑의 능력을 보여 줄 수 있으며, 하나님의 영의 능력으로 그들을 능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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