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기도는 뽕이 아니다

누가복음 22:39-53

(1)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시는 예수님,
슬픔에 지쳐 잠든 제자들
(2) 예수님을 잡으러온 자들에게 칼을 휘두르는 제자들,
다친 종을 치유하시는 예수님


짓눌린 마음

몇주간 갖가지 일들로 마음이 짓눌렸다. 남자친구와 이별을 선언하기도 했고, 내가 잘 서가는 과정과 반비례하게 부모님의 걱정과 두려움이 깊어져만 가는 모습에 내 마음도 오름과 내림을 반복했다. 엎치락뒤치락 롤러코스터를 넘어가던 지난 목요일의 묵상 본문도 깨어 있기 위해 기도하라는 내용이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해서, 방탕과 술취함과 세상살이의 걱정으로 너희의 마음이 짓눌리지 않게 하고, 또한 그 날이 덫과 같이 너희에게 닥치지 않게 하여라 (…) 그러니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을 능히 피하고, 또 인자 앞에 설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늘 깨어 있어라

(누가복음 21:34-36)

어제 사탄의 성실한 체질을 묵상하고 보니, 정말 매일 매순간 아주 선명한 사건에서부터, 작은 두려움에까지 매일 수만번 사탄의 체질 위에 놓여 있는 기분이다. 그러기 위해서 다른 것이 아니라 기도하라고 하셨다. 사탄의 큰 시험을 통과한 예수님은 정말 매일 그렇게 기도를 하셨다. 기도하지 않는 내가 체질에 놀아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올리브 산의 시간

누가복음 21장에서 예수님의 알찬 일정표가 나온다. 매일 낮에는 가르치시는 사역을, 밤에는 올리브 산에서 지내셨다고 되어 있다. 이른 오전부터 백성들이 말씀을 기다리지만 낮에 사역을 하셨다는 것을 보면, 새벽과 오전시간은 제자들과의 교제나 개인영성, 휴식의 시간으로 사용하지 않으셨을까 추측해본다. 22장에서 밤을 지내시는 올리브 산에서 무엇을 하시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늘 하시던 대로’ 올리브 산으로 가 기도하시는데, 제자들에게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여라”라고 재차 강조하셨다. 즉, 예수께서도 인간으로 있는 시간 동안 늘 시험에 빠뜨리는 사탄의 체질 위에서 힘들어 하셨다.

하늘로부터 오는 힘은 뽕이 아니었다

십자가의 고난은 인간 예수께도 갈수록 두려운 마음이 커지는 사역이었던 것 같다. 땀이 피가 되도록 간절히 기도하셔야 할 정도로. 성경은 그 과정에서 “천사가 하늘로부터 나타나서 힘을 북돋우어 드렸다.”(43절)라고 기록했다. 그리고 “고뇌에 차서 더욱 간절히 기도하셨다.”(44절) 하늘로부터 힘을 받으면 뭔가 용기가 나고 희망에 차 정신무장하게 될 것만 같은데 그게 아닌 것 같다. 고뇌에 더 차셨다니. 그래서 더 빡세게 기도해야 하셨다…

성령을 통해 주시는 힘은 마약같은 힘은 아닌것 같다. 무언가에 홀려서 없던 힘이 나는 게 아니라, 더 선명히 현실을 보게 하는 힘이다. 그래서 더 기도할 수밖에 없도록 하시는 힘…! 모피어스의 빨간약이었다.

슬픔에 지친 환각에서 순종하는 자각으로 변화시키는 기도

한편, 제자들은 “슬픔에 지쳐 잠들어 있었다.”(45절) 예수님과 그리 멀지 않은 거리(돌을 던져서 닿을 만한)에서 함께 기도하던 제자들은 예수님의 기도를 들으며 예수님의 고뇌를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가 괴로워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았을 것 같다. 자신들이 따르는 지도자가 저렇게 힘들어하며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에서 그 감정에 젖어 휘둘렸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바로 그런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자 하셨던 것과는 달리, 그 괴로움에 슬퍼하며 지쳐서 잠들어 버렸다.

하나님의 마음을 선명히 아는 것과 알려주신 마음대로 실행하는 순종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보다는 한단계 올라서야만 하는 새로운 차원이다. 바로 그 사이에서 시험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그러지 않도록 더욱 깨어 기도하라 하셨고, 예수님도 너무나 시험에 드셔서 그토록 매일 엄청난 양을 기도하셨다고 생각한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이 각자에게 맡기신 과제가 무엇인지 자각하게 하시고, 그것은 해야만 하는 것이니 더 정신차릴 수밖에 없도록 만드시는 것 같다. 내일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이 있다면 완성되지 않은 기획서 앞에서 ‘뭐 어떻게 되지 않을까… 회의 갑자기 취소되면 좋겠다.’라는 환상에 잡히지 않고 내 볼따구를 때리며 “정신차리자!!”라고 외치며 다시 집중해보듯이.

이상한 나라의 빨간 비타민

이렇게 보니, 겨우 매일 기도를 시도해보는 걸음마 연습 중인 나의 수준이 보인다. 제대로 깨어 기도를 하고, 진실을 보면 더 기도를 할 수밖에 없겠구나. 나는 하나님을 알고 제자로 살아가는 것이 마치 하나님 나라라는 이상향을 꿈꾸며 파란약 먹은 세상처럼 룰루랄라 피리를 부르는 삶이라는 환상과 착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기도라는 빨간약을 매일 먹으며 다시 나의 죄와 깨어진 세상을 바라 봐야한다. 여기 이상한 나라였어. 정신 차리자. 스미스 요원이 체질 중이다.

매일 비타민은 잊지도 않고 꼭 챙겨먹는데… 인왕산 둘레길은 그렇게 다니면서…
이제 올리브산의 시간을 매일 만들어야 겠다. 그리고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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