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도넛은 필링이 좌우한다!

잠언 6:20-35


소설가 김연수씨의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서문이었다.(그렇다고 서문까지만 읽진 않았다) 그는 과거 자신을 가운데 구멍이 있는 도넛이라고 묘사했다. 비유의 종목이 빵이라서 더욱 공감이 갔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구멍난 존재로서의 갈증에 대한 그의 솔직한 고백이 오래도록 뇌리에 박혔다. 흥미롭게도, 그 이후로 그런 갈증하는 존재 —이를테면 앙꼬없는 찐빵이라던가(또 빵이네) —로서 어찌할 바 모르는 탄식을 다른 곳에서도 자주 발견하게 되었다. 성경 곳곳에서도 그런 내용들을 발견한다. 예수님이 자신의 죽음을 통해 인간에게 줄수 있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물도 동일한 맥락으로 읽었다.

나는 도넛의 구멍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을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필링을 정하는 것과 채우는 일의 간극은 매우 컸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지혜에 대해 말하는 잠언에서도 그렇게 때문에 반복적으로 그것을 붙들라고, 지키라고 한다. 오늘 본문에서는 앞 절에 이어 성적 탐심에 대한 경고가 계속된다. 무엇인가를 탐하는 것. 그것은 도넛인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채움에 대한 갈증은 무엇인가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고, 그 때에는 그것이 나를 행복하고 완전하게 해줄 것만 같다. 그렇지만 무언가 내 눈에 완벽해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을 완전하게 해주는 필링은 아니라고 잠언은 말하고 있다. 너무 아름답고 매력적인 그녀가 나를 그 누구도 동정하지 않는, 복수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죄로 이끌 수 있는 악마의 유혹일 수 있다. 그래서 필링이 중요하다. 피자가 그런 것처럼, 도넛도 도우가 가장 기본이고 중요하다. 그러나 같은 도우라면, 메뉴를 고를 때는 토핑이나 필링을 보고 선택한다. 기본적인 도우의 맛에 풍미를 좌우하는 것은 필링이니깐.

성경은 하나님이 주신 지혜의 성령이 우리 안에 계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성령을 따라 나의 탐심을 채우는 욕망을 제어하고 그의 욕망을 따르면, 9가지 열매(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의 성품, 즉 예수님을 닮아가는 자가 되어 가라고 하신다. 그리고 그것이 유일한 생명의 길이라고….! 하나님을 믿는 자들, 9가지열매 맛의 도넛이 되자!!

vanila cream donut

ps. : 언젠가부터 유행하고 있어 자꾸 밤마다 사진을 찾아보게 되는 필링이 그득한 미국식 도넛들… 그것때문에 이런 묵상을 하게 된 것은 아니라고 우기고 싶다. 먹어보고 싶다. 그런데 맨날 가게 줄이 너무 길다. 그렇게 줄이 긴 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어쩐지 싫다. 근데 난 심지어 그리기까지 하고 있다. 조만간 줄을 설 것 같다. 젠장. 식탐으로 가득한 내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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